4월 29일 주일 설교

어설픈 지혜 (열왕기상 12 : 1 ∼ 11)

유대인들은 암기하는 데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암기 대신 하브루타를 합니다. 하브루타란 두 사람이 질문을 주고받으며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말합니다. 학교 수업에서조차 그들은 하브루타로 공부합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브루타 학습 방식을 체화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나라 없이 떠돌면서 그것만이 제약을 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번듯한 직업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걸핏하면 박해받았고, 강제로 추방되었으며, 재산을 몰수당하기도 했습니다.

하브루타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다닐 수 없어도, 가난하여 책을 살 돈이 없어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토론할 대상만 있으면 하브루타는 가능합니다. 이 하브루타를 통해 유대인들은 지혜를 터득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크게 필요한 것은 지혜입니다. 지식은 한두 번 사용하면 그만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혜는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능력이기 때문에 한두 번 사용하고는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르호보암은 솔로몬의 아들이었습니다. 솔로몬이 죽고 그가 왕이 되자 이스라엘 각 지파의 대표들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그를 찾아온 이유는 그들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을 좀 가볍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의 아버지 솔로몬은 큰 영화를 누린 왕으로 백성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겼었습니다.

백성의 탄원을 받고 르호보암은 3일간의 말미를 얻었습니다. 그는 원로들과 의논했습니다. 원로들은 그에게 ‘왕이 백성을 섬기면, 백성은 영원히 왕의 종이 될 것이라’고 충언했습니다. 그는 원로들의 충언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르호보암은 자기 나이 또래의 젊은 신하들을 불러 그들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들은 왕으로 하여금 ‘내 새끼손가락이 내 아버지의 허리보다 굵으니, 나는 너희의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할 것이라’고 대답하게 했습니다. 그들의 조언은 젊은 왕의 자만심과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왕은 젊은 신하들의 어설픈 조언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스라엘 12개 지파 중 10개 지파가 르호보암을 섬기기를 거부하고 따로 나라를 세웠습니다.

인생에 대해 우리는 어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과학이나 기술에 대한 지식이라면 젊은이가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에 대한 지혜는 경험 많은 어른들의 것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의 조언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가운데 유용하다고 판단되어 선택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검증되었다는 뜻입니다.

반면 젊은이들의 의견은 때로 희망적이고 매력적이기는 하나 아직 미비합니다. 검증이 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원한다고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시도가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검증되어야 합니다.

전통이 좋고 오랜 관습이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느 정도 검증이 되어 안전성이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옛것이 완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옛것에도 보완해야 할 단점이 있고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새것은 검증될 때까지는 실험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새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검증된 지혜가 알짜 지혜입니다. 검증되지 않으면 어설픈 지혜이기 쉽습니다.